[부부의세계] 부부라는 것. 살아간다는 것.

    가끔 친구들이 묻는다.

    '하루종일 부부가 붙어있으면 힘들지 않아?'

    휴직을 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목소리로 말했다.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서로 다투는 횟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물론 함께 생활 하다보니 다툴때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다. 무엇을 하던 장단점은 있기 마련이니까. 

    우리는 휴직을 하고부터 하루종일 한 집에서 함께 생활했다. 

    매일 같이 함께 산책을 나가고 병원에 갈때도 꼭 같이 가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끼 밥도 같이 먹는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모두 우리 부부를 신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에 전생이 존재한다면 우리 부부는 개와 원숭이였을 것이다. 

    견원지간. 신혼 초 우리 부부는 지독하게 싸웠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싸움을 멈추었다. 

    평화협정을 맺은것도 아니고 어느 한쪽이 항복을 한 것도 아니었다. 의도치 않게 둘다 회사를 휴직해야만 하는 상황이 우리를 그렇게 만든 것일까 아니면 서로 너무나 지쳐있었기 때문일까. 

    그럴수도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아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사람의 마음은 그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감정상태의 변화로 인한 일시적인 것임을 인지해서 한사람이 예민하면 한사람이 조금 양보하고 마는 거다. 

    싸우는 데 쏟는 에너지 소모의 무의미함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시행착오와 서로에 대한 혐오와 서로의 밑바닥을 수 없이 확인했다. 

    처음에 서로의 밑바닥을 확인했을 때는 본인 스스로의 가치가 아까웠을지 모른다. 

    와 이런 사람과 한평생 살아야한다고? 

    이거 리스크가 너무큰데.. 하지만 시간이 흘러 본인의 밑바닥을 상대에게 내비쳤을 때 깨달았을 것이다. 

    나 같은 사람하고 살아줘서 고맙다..

     



    결혼 전 그 사람만의 훌륭한 장점이 결혼 후 최악의 단점이 되어버린다. 

    결혼 전 가정적인 모습이 너무 좋았다면 결혼 후 집에만 있는 모습이 답답해 질 수 있다. 

    결혼 전 활발한 모습이 사랑스러웠다면 결혼 후 쉬지 않고 떠들어대는 모습에 질려버릴 수 있다.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내가 다른 누군가와 결혼했다면 백프로 잘 맞는 사람이 있었을까.



    끝이 없을 것 같은 전쟁이 서서히 끝나갈 무렵 나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다. 개가 원숭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거다. 

    어느 순간 답답함이 미안함으로 바뀌고 잔소리가 소통의 시작으로 바뀌게 되었다.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결국에는 기어코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물론 서로를 백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다. 

    나조차도 나를 알수없을 때가 많고 요즘은 강산도 3년에 한번 변한다는데 사람이라고 안변하랴. 

    때문에 그땐 그랬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을 가질수도 있기에 항상 소통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각자 자기만의 세계가 있을 것이다. 

    그 두 세계가 만나 부부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데 시간은 걸릴 수 밖에 없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자 그제서야 소통이 시작된 것처럼. 

    처음부터 하나가 될 순 없다. 각각의 세계는 다르겠지만 공통점은 그래도 역시나 내 편이라는 것. 

    진정한 내 편이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이제 막 결혼한 부부가 있다면 싸우는 것이 당연하다. 

    싸우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싸우다 싸우다가 지쳐 철옹성 같던 장벽이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면 그때는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베길 수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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